오늘은 살림 이야기
꽤 오랜기간 남의 것들을 염탐하고 그것들을 동경하며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하며 지냈다.
그것이 결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배울 점들을 배우고 여러 루트에서 얻어지는 것들을 모아서 내 삶에 적용 시키면 좋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귀찮더라도, 내가 손수 살림살이를 만들어서 내 것이 가득한 집을 상상하게 되었다.
집과 인테리어에 그다지 일가견은 없는데 육아와 살림을 하다보니 (이제 6년쨰가 되었네) '집'이라는 공간은 인생에 어쩌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거였다.
매일 먹고 씻고 자는 공간.. 매일 있기 때문에 더 소홀히 여길 수도 있는 곳.
지금은 아이 둘을 키우며 요리, 설거지, 빨래, 청소만으로도 하루가 끝나고
다음날 정말 순식간에 다시 난장이 되는 마법이 반복되는 곳이라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멀쩡한 우리집을 버릴 순 없으니..? ^^; 조금이라도 기쁜 마음으로 붙어서 살림하기 위해선 애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우리 것'들로 채워가는 것..
아이 낳기 전에는 몰랐다. 자식들을 먹이기 위해 엄마가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지를..
먹이고 먹이다 하루가 끝난다는 게 무엇인지를.
아이를 낳고 이제는 알겠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살림에 많이 느릿느릿하다. 많이 배워야하고 또 잘하고 싶다.
딸은 엄마의 살림을 닮는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엄마의 그 감성을 결혼하고서 더 닮아간다는 걸 느낀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초등학교 시절 엄마의 핸드메이드 주황빛 원피스. 그것 말고도 여러 벌 만들어 주신 게 기억난다.
자녀를 위해 손수 만들어 주는 물건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그 기억의 잔상이 강하게 남아 이렇게 글도 쓰게 되었다.
나는 아직 옷을 만들어 줄 실력은 안되지만, 엄마인 내가 손수 만들어주는 무언가로 아이방, 거실, 주방 집안 곳곳을 채워나가는 상상을 해보았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게 소소하게 작은 행주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다가 점점 산으로 가서 미싱을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생각을 친정엄마에게 전하니 당연히 엄마는 애 키우기도 바쁜데 미싱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혼만 났다. 속으로는 의지가 있으면 뭔들 못하겠냐고! 반박했는데 ..-0- 이내 수긍하면서 지금 미싱은 좀 오버인 것 같고.. 대신 미싱을 할 수 있는 엄마가 도움을 주신다고 하니
나는 기획만 하면 되겠다. ㅎㅎ
시장에서 원단을 직접 고르고, 그 원단으로 엄마가 미싱으로 주방행주를 만든 건데 처음엔 빳빳하게 정이 안들다가, 쓰면 쓸수록 '내 것'이라는 정이 마구마구 가는 거 아닌가요..
행주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제 필요한 것들을 제작하면서 우리집을 꾸며보고 싶다. 행동만이 남았구나.
이렇게 실천으로 생각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살면 살수록 느끼는데 '실천'이 가장 힘들지만 가장 성공하는 방법이라는 것..
그래서 이제 다음 제작 상품은? 역시나 행주가 되지 않을까. 물티슈 값이 너무 아까워서 행주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행주를 만든다는 것도 만만치 않은 가격..배보다 배꼽이 더 클까했는데 장기적으로 보니 행주가 맞더라..
행주도 만들고, 아이들 식탁매트, 아이들 수건, 발매트.. 참 많다 많아. 하나씩. 살림살이에 이제 내 것들로 채워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