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가정보육 일기) 발 엑스레이 찍은 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첫째가 설 연휴 시작 금요일에 팬트리에 올려 둔 맥북을 건드리다 내리면서 자기 발등을 찍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맥북프로를.. 묵직한 이 맥북을!! 아직도 생각만 하면 아찔하고 소름 끼친다. 아이는 고통에 엉엉 울고 나는 어쩔 줄 몰라하고 왜 내가 거기 놔뒀는가. 후회 막심 해봤자 소용 없고. 첫째는 잠이 엄청 오는 상황이었고 뭘 내려달라는 말을 했는데, 나는 둘째를 재우고 있어서 사실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건드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간혹 맥북으로 넷플 다큐를 보여주는데 잠이 오던 찰나 갑자기 그게 생각나서 보여달라고 한 것 같다. 잠이 오면 아이들은 힘도 빠지고, 다리 힘도 풀리고 여러모로,, 아무튼.. 생각 하면 안타깝다. 그 아픈 발 상태에서도 아이는 바로 잠에 들었다. 얼마나 잠이 왔을까. 첫째는 낮잠을 안 잔지 좀 됐다. 33개월 밖에 안됐는데 낮잠을 패스한 지 1년은 되어간다. 낮잠을 안자다가도 금요일, 주말쯤 되면 자기도 피로가 쌓여서 늦은 낮잠을 자기도 한다. 한 번씩~ 그 한 번씩 오는 날이 금요일이었는데 하필 사고가 터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는 자고 아무래도 뼈를 다친 것 같으니 병원은 가야겠고, 그런데 시간이 애매하다. 병원에서는 늦어도 5시까지 와야 정형외과 진료를 볼 수 있는데 그 때 시간이 4시 반이라 못가는 게 정해진 상황. 일단 충분히 자도록 두고 일어나면 다시 상황을 보기로 했다. 한 저녁 9시쯤 일어났나. 중간 중간 발 상태를 확인했는데 많이 붓지는 않았고 상처는 있었다. 일단 일어나면 걸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아이는 걸을 수 있었고 자기도 상황을 아는지 조심조심 걸어다녔다. 남편이랑 내가 계속 '너는 발을 다쳤다'를 인식하도록 말해줬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평소대로 뛰어다닌다...;; 보는 우리가 더 아플 지경이었다. 정말 괜찮은건가? 얘야... 무리하지마 너는 환자야.. ㅠㅠ 우리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모르겠지.) 그렇게 계속 뛰어다니고 미끄럼틀 타고 자정 넘어서까지 놀았다고 한다.
일단 걸어다니고 뛰어다닐 정도면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제대로 확인해봐야 하니 정형외과는 가야했기에 다음 날 오전에 정형외과에 가서 진료를 봤다. 내 평생 엑스레이를 찍어 본 적이 없는데 (있었으려나?..기억이 안나면 없는걸로...) 이 33개월 아기가 엑스레이를 찍다니. 아이를 키우니 정말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많이 겪는다. 더군다나 아파서 병원에 온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건강한 아이가 이렇게 다쳐서 오다니 믿기지도 않고 더 많이 다치지 않은 것에 다행스럽기도 하고. 진료 기다리는 그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요즘 안그래도 예방접종 맞으러 자주 왔는데 이제 더 이상 주사 맞고 울지도 않아서 첫째가 이렇게 컸구나.. 하던 찰나였다. 동생이 있어서 애써 참는 걸지도 모르겠다. 요즘 부쩍 둘째를 많이 챙겨주고 있어서 그 모습이 참 찡하게 다가왔었는데.. 이렇게 다쳐서 오니 맘이 어찌나 찢어지던지. 대망의 엑스레이 방을 들어가는데 그 전엔 가만히 기다리던 첫째가 갑자기 휑하고 차가운 분위기의 엑스레이방을 들어서는 순간 무서웠는지 울기 시작. 최대한 달래며 사진찍기 놀이하는 거처럼 다 찍고는 언제 울었냐는 듯 울음 뚝. 얼마 후에 결과가 나왔고 정말 정말 다행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엑스레이 사진을 직접 봤고 뼈나 근육 모두 다친 것 없었다. 아이라서 아직 뼈가 물렁해서 괜찮다는 거였다. 하루 하루 피를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자주 다치는 게 현실인데 최대한 다치지 않게 눈을 안 떼려고 한다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구나. 새해부터 둘째에게도 병원 갈 일이 생겼었고 첫째까지 생기니. 그 동안 건강하게 자랐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되는 거였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늘 마음에 새기기.